인간의 삶
니체가 말했듯이,
인간은
낙타와 사자를 거쳐
어린아이가 된다.
그리고는 결국
자기자신 안에 잠들어있던 신에
가까워져간다.
그래서 혹자는
‘어린아이가 결국 인간의 원형이므로
어린아이가 궁극의 인간상이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어린아이의 상태로
매순간 존재하며 살아가는 건,
분명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긴 하다는 데는 백번 동의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그 상태를 유지하지못한다.
어린아이들은
머지 않아
타인과 세상의 끝없는 회유와 협박,
세뇌와 통제에
굴복할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세상에 갓 나와 잠시동안 경험했던
거리낌없던 자유와 희열을 다시 되찾아가는 과정을
삶 전체를 통해
경험해나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다만 세상은
절대 당신이 그 여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가치의 조건화
세상은
어떻게 당신이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도록
만드는가.
인간은
소위 ‘사회화’라는 그럴싸한 명분 하에
지속적으로 한가지를 주입당한다.
그건 바로,
굴복이다.
무엇에 굴복하는가.
세상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타인이 원하는 요구에 굴복한다.
우리는 이걸 배운다.
그냥 협동심과 양보, 배려심을 배운다고 하면 되지
굳이 굴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실제로 나의 욕구와 소망 대신
타인의 요구와 기대를 선택하는 일은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타인의 인정과 애정을 잃을까 두려워,
자기 내면의 진심을
벼랑끝에서 떠밀어버린다.
최초로
인간이 굴복을 배우는 사건은,
보통 배변을 가리는 일이다.
배변욕구가 일어나면
다른 동물들처럼 그 자리에서 배변을 하다가,
사회에서 약속한대로
그걸 어떻게든 참고 견뎌서
시간과 장소에 맞게 배변을 통제하는 일.
그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부모가 지닌 가치를 잣대로
자기자신을 판단하고 통제하는 일을
처음으로 배우기 시작한다.
정신분석에서
배변을 가리는 시기에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생기고
초자아(Superego)가 태동하기 시작한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부모가 좋다고 판단하는 게
내게도 좋은 것이고,
부모가 나쁘다고 판단하는 게
내게도 나쁜 것이다.
여기서 내 경험적 가치와 부모의 가치가 충돌하면,
어린아이는
주저없이 내 가치의 목을 베고
부모의 가치를 내 가치로 새롭게
이식해버린다.
어린아이에게는,
자신에게 세상 전부인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는 것이
내 내면의 가치와 욕구를 보살피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꽤나 눈물겨운 일이어서,
내가 진짜 나로서
아주 솔직하게 체험하는 모든 경험은,
조금씩 내 기준이 아니라
부모님의 기준에 따라 체험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굴복은,
사는 내내 우리가
우리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가치가 아니라
타인과 세상이 정해주는 가치를 따라 살게 한다.
이를 인간중심상담이론에서는
‘가치의 조건화’라고 한다.
진실을 찾는 한가지 방법
이 몹쓸 짓거리로
평생동안 세뇌되어 온 우리가
가치의 조건화를 풀기 위해 해야할 일은,
사실 우리가 레벨업을 하며
이 책에서 차근차근 밟아온
모든 렙업과정들이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두고,
지금 우리가 이번 레벨업을 위해 해야할 일을
이야기해보자.
사실 이건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렙업들보다는
좀 더 간단한 일이다.
그건 바로,
가치의 조건화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내면의 소리를 따라 움직였던 순간들을
찬찬히 떠올려보는 일이다.
어릴 적 당신은 무엇이었을까
소위 ‘사회화’가 조금이라도 덜 되었을 때,
우리가 타인의 가치에 따라 세뇌되고 휘둘리기 전으로
한 번 돌아가보자.
그 어떤 의무도,
그 어떤 요구나 압박이나 기대도,
그 어떤 수치심이나 비웃음이나 열등감도,
아직 우리에게 주입되지 않았던 시절,
그 때도 분명 우리는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니, 그 때가 오히려
무언가를 하며
훨씬 더 즐겁고 청량감이 가득한 시간들을 보냈던
시기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시간들을 찬찬히 떠올리며
되뇌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가장 길들여지지 않았고
세뇌당하지 않았던 순수한 시간들,
그 시간들 속에서
당신은 분명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누렸다.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릴 적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에도 쫓기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던 시절.
그 시절 속에,
분명히 내가
그저 기뻐하며 희열을 느끼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걸 찬찬히 편안한 마음으로 떠올려보고
무언가 생각이 날 때마다
그게 무엇이든 적어라.
시간을 길게 두고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말고
충분히 편안한 상태로
오랜시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하던 일들은,
그 일을 하면
타인의 칭찬이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고,
그 일을 하면
친구들의 부러움이나 세상의 찬양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어린아이들은
무언가를 하다가도
조금이라도 더 흥미로운 것이 나타나면
즉시 하던걸 멈추고
더 흥미로운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기 내면의 소리에만 충실하던 시절의
순수했던 당신,
나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세상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주던
놀라운 현명함으로 가득하던 당신이
한껏 행복해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라.
그 중 분명
나만의 고유한 개성과 정체성,
내 영혼의 결에 맞는 순간들이
숨어있다.
우리의 예술성과 잠재력이
아주 찰나라도
자신의 그림자를 드리웠던 순간들이
숨어있다.
어린 시절
우리가 가장 기쁘고
유난히 희열에 가득찼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당신이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