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하지만 두려워하는 것
인간은 자유를 갈망하지만,
과도한 자유는 싫어한다.
과도한 자유란 무엇인가.
자유에도 과도한 게 있는가.
인간에게 있어 ‘과도한 자유’란,
책임을 져야 할만큼의 자유를 의미한다.
즉, 진정한 자유를 의미한다.
책임은 자유의 그림자 같은 거라서,
그 자유가 진정한 자유인 한
늘 어디에나 따라다닌다.
고로
책임없는 자유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그림자 없는 귀신’과도 같은 상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신체적 자유와
정신적 자유,
시간적 자유를 얻는 것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이제 여기서
정신적 자유와 관련된 마지막 레벨인
Lv16까지 마치고 나면,
우리는
그 자유로운 상태를 바탕으로
진정한 우리자신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를 해나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인간은 자유를 두려워한다니…?!
하지만 사실이다.
인간은
늘 자유를 갈망하지만,
실은 자유를 두려워한다.
잘못 결정할 위험
인간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싫어한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위험을 극도로 기피하는 사람들만이
그 오랜시간을 죽지않고 살아남아,
지금 이 시대에 사는 인간들을
자신의 자손으로 남길 수 있었을테니.
문제는,
위험이라는 건 굉장히 다양해서,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위험’ 역시
큰 위험이라는거다.
그리고 인간은
그 위험을 병적으로 싫어한다.
사람들이 왜 맨날
로또를 ‘자동’으로 살까.
분석해보니 자동이 더 확률이 높아서?
아니다.
내가 직접 손으로 고른 숫자가
자꾸 실패로 판명나는 게
기분나쁘고
싫고
묘하게 두렵기 때문이다.
기계가 로또숫자를 자동으로 선택해서
당첨되지 않으면
내 탓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직접 골라서 당첨이 안 되면
내가 숫자를 잘못 고른 탓인 거 같은거다.
우리는
우리가 아둔하고 멍청한 선택을 해서
실패를 하게 될 지도 모르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기가
너무 너무 싫은 존재다.
어쩌면 그게 가장 두려운 존재다.
그러니 자유가 두려울 수밖에
이제 문제는
자유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유는 필연적으로
실패의 위험과 모든 책임을
자유의 주체인 내게 돌린다.
자유라는 게 기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직접 모두 선택하는 것이니까.
타인이 나 대신 결정해주고
선택해주는 게 아니니까.
이쯤되면
자유라는 녀석이
싫을 법도 하다.
자유가 고통스럽다는 철학자들의 말은
그래서 나온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냥,
내가 직접 무언가를 결정했다가 실패할 위험없이,
전문가나 선구자가 딱 그 길을 알려주면
시키는대로 따라가고 싶어한다.
아니면 그냥,
남들이 다 하는대로
나도 똑같이 그대로 따라한 후에,
‘누구나 다 그렇게 사니까’
‘남들도 다 그러니까’
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고 싶어한다.
그래야 혹시 실패로 끝나더라도,
내가 잘못 결정해서가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가 함께 그랬던거라며,
사람들이 내게 그래라고 알려준거라며,
나는 그냥 알려준대로 한 것뿐이라며,
그래서 이건 내 책임이 아니라며,
무리 속에 숨어
나를 보호할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우리의 그 바람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