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노들의 역사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돈을 위해 살고
돈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누군가에게 죽임당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세상에 남겨진 수많은 역사서와
그 외의 기록들은,
인간이 권력을 추구하기도 하고
사랑을 갈망하기도 하며
전쟁을 일으켜 명예를 되찾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은
돈이 생긴 이래
인류역사의 거의 모든 국면에서
돈을 극단적으로 숭상해왔다.
왜냐하면 돈은,
어느 시대에 어디서 살았던 녀석이었든지 간에
그 녀석에게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다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가 잉여생산물을 저장하고
이러한 것들이 차등적으로 분배되는 일이 지속되면서,
그전까지 간단한 물물교환의 룰을 통해
사유재산을 교환하던 사회적 관행은
한계에 다다랐다.
수학이나 언어가 가장 처음 발견된 것이
사유재산을 정리하기 위한 ‘회계장부’ 기록에서
나왔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인간에게
부를 축적하고 재산을 교환하는 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다.
애초에 이 때부터 인류의 역사는
수전노들의 역사,
즉 돈을 숭상하는 일들로
채워지기 시작한거다.
물물교환 대신
‘돈’이 모두에게 합의된 약속이자
상징으로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절대반지의 자리를 차지했다.
무얼 가져다주지 못했을까.
돈이라는 절대반지에게
과연 그런 것이 존재했을까.
만약 돈으로 가질 수 없는 것을 상상해본다면
뭐가 있었을까.
물질적인 것,
사고팔 수 있는 것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을 꼽으라면 무얼 꼽을텐가.
사람, 아닌가.
하지만 인신매매가 법적으로 금지된 시대는
인류역사를 통틀어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사책을 펼치든,
세계사 책을 펼치든,
인간을 돈으로 사고 팔지 않았던 시대가 있긴 했나.
아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도
인간은 돈으로 사람의 목숨, 그의 인생까지
사고 팔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를까
여전히 어두운 곳에서는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고,
돈을 지불하면 언제든지
우리의 신체적 자유와 시간을 사서 우리를 부릴 수 있는 게
지금 이 시대의 진실이다.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사람들을
어느 분야,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영혼도 팔고,
웃음도 팔고
양심도 파는 사람들을
우리는 출근만 하면 마주칠 수 있지 않나.
돈때문에 가족을 배신하고,
돈에 매료되어 혼인을 하는 일조차
이렇게도 보편적인 시대인데,
정말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전히 세상은
돈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10살도 안 된 아이들은
한번씩 쪼르르 엄마아빠에게 가서 물어본다.
‘엄마, 학교 왜 가야 돼? 나 가기 싫은데… 공부 재미없는데 꼭 해야 돼?’
뭐라고 답해야 할까.
그 어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무를 갖다대면 좋을까.
아이들은 그걸 듣고 수긍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아직 어린아이에겐 알려주지 않는 진짜 이유는,
아마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 아닐까.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하고,
수능을 보고,
대학에 가고,
학점을 따고,
취업을 하고,
사람들과 인맥을 쌓고,
평판을 관리하고,
집을 사고,
주식을 하고,
뉴스를 보고,
심지어 결혼을 하는 것조차,
그 모든 것들이 돈을 향한 발걸음인 시대다.
세상 모든 것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쓰고 있는 역사는
아주 오랜 과거부터 그래왔듯이,
지금도 여전히 돈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