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 의아할 수 있다.
자는 일에 무슨 용기씩이나 필요하단 말인가.
잠자는 일에 언제부터 용기를 내고 자시고가 필요했나.
갓 태어난 아기가 배우지 않고도 가장 잘하는 일이 잠자는 일인데.
갓난애기가 용기를 내고 뭐 대담하고 용맹해서 하루종일 자는 건 아니지 않나.
맞는 말이다.
우리도 아기일 때는 분명 그랬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작금의 시대에,
잠을 자는 일은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 시대는 잠들었을 때 맹수에게 잡아먹히거나
자식을 지키지못할 우려가 가장 없는 시대다.
하지만 지금 가장 안전한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인류 역사 상 어쩌면 가장 잠을 자지 못하는 삶을 산다.
용기가 필요하게 된 이유
그렇다면,
도대체 갓난아기도 잘만 하는 일에
용기가 필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졸릴 때 잠을 함부로 자면 안되기 때문이다.
…?!!
… 왜, 뭔가 이상한가.
10초만 책을 내려놓고, 삶을 돌이켜봐라.
졸음을 참았던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교실.
졸음이 쏟아지던 오후,
우리는 졸리다고 졸거나 잠들면
벌을 받거나 욕을 먹었다.
회사.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더 자고 싶어 미치겠지만
지각할까봐 이를 악물고 졸려죽을 것 같은 내 몸뚱아리를 다그친다.
사무실에서 나른하다고 졸고 있으면,
팀장이 싱긋이 웃으며 당신을 회의실로 부를 것이다.
그렇다.
당신의 시간은,
사실 당신의 것이 아니다.
만약 시간이 당신의 것이었다면,
졸려죽겠는데 졸음을 참고 있진 않았겠지.
잠이 허락된 시간에도 여전히 필요한 용기
퇴근 후에 집에 와서는
졸리면 자는 일에 용기가 필요하진 않은 거 아닐까.
퇴근 후에는 내가 졸려서 잔다고
날 벌주거나 회의실로 부를 담임이나 팀장도 없으니까.
그렇지 않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자도 되는 상황에서조차,
우리에겐 여전히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거부감 때문에
졸려도 자지 않고 버티기 때문이다.
미래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거 같으니
그냥 ‘내일’이라고 하자.
당장 내일이 오는 것에 대한 불안이나 거부감은,
잠을 자는 일을 미루려는 무의식적 압력에 끝없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 강력한 압력에 패배한 우리는,
졸린 걸 참아가며
유튜브 보고
카톡 하고
넷플릭스 보고
게임을 하며
어떻게든 자는 걸 미룬다.
잠이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이 때 우리가 자려면,
‘내일’이라는 놈이 또 내 눈앞에 닥칠까 두렵고 무서워도,
그걸 받아들이고 맞설 용기를 가져야 한다.
졸리면 자라, 용기를 내서
문제는
졸릴 때 자야만,
깨어있는 시간에 선명한 의식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깨어있는 시간은,
우리가 유일하게 의식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무대다.
이걸 포기한다는 건 곧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건가.
삶을 포기하는 용기 대신
졸릴 때 과감하게 자는 용기를 내라.
우리는 이미
삶을 포기하는 용기를 내버린 대가를 치르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걸까
졸릴 때 자는 일에는
그리 복잡하거나 이해하기어려운 스킬이 필요하진 않다.
하지만,
큰 용기와 과감한 결정은 필요하다.
점심시간에 밥먹자는 상사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하고 낮잠을 자는 일,
저녁에 게임하자는 친구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찍 잠드는 일,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미움을 기꺼이 사기로 하고 엎드려 자는 일,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도망가고 싶은 욕구를 가라앉히고 침대에 눕는 일,
회사에서 동료들과 커피마시고 담배피는 시간에 차에 가서 5분이라도 눈을 붙이는 일,
회식 가자는 상사의 제의를 거절하고 집에 가서 제시간에 잠드는 일.
지금 당장 이것들이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이 예시들은,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쉽사리 하지 못하는 일들이다.
이런 류의 일들과 관련해서,
우리는 Lv14와 Lv15를 통해
타인들로부터 정신적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터득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저,
‘저런 것들이 졸릴 때 자는 용기를 내는 예시들이구나’
하고서 넘어가도 괜찮다.
사실 그래도 졸리면 그나마 건강한 상태다.
조금 더 상태가 안 좋아지면,
몸이 피로해도 졸리지도 않는다.
졸리면 용기를 내 자면 된다지만,
잠이 안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