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이 필요한 시대

아무리 생각해도 차단이 필요한 시대다.

은둔 청년이 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대서특필하고,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걱정을 한다.

인간이 친구없이 외롭게 지내면,
빨리 늙고 빨리 병들고 우울하고 뭐 그렇단다.
무수히 많은 논문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리 생각해도 차단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늘 불안에 떠는 삶

어떤가.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00이는 나중에 커서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라고 물었을 때 그리 답했던가.
“저는 나중에 커서 불안에 떠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아침에 오늘 하루가 설레서 가슴이 뛰는 눈빛을 한 사람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이 나는가.
가슴 뛰는 일은 이제 없다.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감우성이 괜히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출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세상 모두가 이미 조금 지치고 피곤하다.
약이 든 주사라도 맞듯이
허겁지겁 유튜브나 게임을 먹어치우지만,
그런다고 삶에 깊게 밴 공허함이 숨겨지진 않는다.

사무실에 앉은 번듯한 직장인도,
미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취준생도,
은퇴하고 노후를 그리는 중년들도,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린 아이들도,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나는 아이들도,
왠지 모르게 지친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면 여자주인공이 말한다.
이유도 잘 모르겠는데, 왜이리 답답하고 힘든지 모르겠다고.
… 불안해서 그렇다.

인간은 소외되고 혼자 버려지는 걸 두려워한다.

무엇이 그리 불안하고 두려울까.
명백하다.
그건 바로, 사람들에게서 내가 소외되어 버려지는 것.
나만 혼자 덩그러니 고독사하게 될까봐 두려운거다.
그러니 늘 불안하다.
남들의 눈에 들어야 한다.
최소한 밉보이지 않아야 한다.
저사람이 날 싫어하거나 탐탁치 않게 생각하면 어쩌지.
뒤에서 날 욕하고 비웃으며 조롱하면 어쩌지.
사람들과 날 모함하고 비난하며 손가락질하면 어쩌지.

내 상사가 내가 부적응자라는듯이 나무라면,
그 불안은 커다란 천둥번개가 되어 날 내리찍는다.
친구들이 입을 모아 날 비난하고 욕하면,
난 누구에게도 수용받지 못하는 별종이 된 것 같다.
동료들이, 가족들이, 선생님이 날 손가락질하면대체
난 정말 그들의 말처럼 쓸모없는 짐덩어리가 아닌가 싶다.

그러면 그들은 날 거부하고 쳐내고 내다버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게 너무 두렵고 걱정된다.

그러니 여전히 그렇게 이용당할 수밖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남들의 시선에 매달리지만,
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를 꼽는다면 단연 우리나라다.
그리고 여기서 나고자란 우리는,
지구별에서도 유독 더 불안에 떨고 남눈치를 본다.
남들에게 찍히고 거부당하고 버림받을까봐.
그렇게 혼자가 될까봐.

그리고 당신이 믿든 안 믿든,
적당히 똑똑하고 악랄한 수많은 사람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당신의 그 불안함을 이용한다.
그러니 인간은, 늘 이용당할 수밖에 없다.

자유로워지면 고통은 사라진다.

그럼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뭘 어쩌긴.
내가 글 맨 앞에 써놨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차단이 필요한 시대다.

아니, 가뜩이나 혼자 소외되고 차단당할까봐
이렇게 고통받는데 차단을 해라니.

그러니 차단해야 하는거다.
50만명이 은둔하는 시대라고?
그 청년들이 왜 은둔하는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말도 안 되는 인구가 취직해서 사회활동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왜 그런다고 생각하는가.
늘 남눈치를 보고 남들에게 비웃음 사는 XX같은 사람으로 비쳐질까봐
일상이 항상 불안하고 전전긍긍하다고?
왜 당신이 그걸 불안해한다고 생각하는가.
혼자 버려질까봐? 소외될까봐?
왜 혼자가 되면 그리 낭떠러지 바닥끝으로 추락할거라 생각하는가.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정말 많은 걸 이야기해야하지만,
한마디로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고통받는 건, 자유롭지 못해서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자유로워지면 자연스레 저 고통들은 사라진다.

자유는, 혼자여도 괜찮아야 내게 온다.

자유로워지려면,
가장 먼저 우리가 혼자여도 괜찮아야 한다는 걸 이해해야만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람들이 죄다 그러겠노라 할 때,
시큰둥한 표정으로 난 안 그럴래,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아니, 그러면 큰일난다고?
학교에서, 집에서, 친구들이, 사회가, 직장에서
당신에게 그렇게 가르친거겠지.

… XX,
큰 일 안 난다.
이게 큰 일 안 난다는 것에 대해
혼자 오랜시간 고민하다가
‘진짜 그렇구나’ 라고 이해한 것만으로
끔찍한 심리적 고통들이 다 사라졌다는 내담자도 있었다.

책에도 써두었지만,
우리는 진즉에 혼자여도 괜찮았다.
속은거다.
혼자가 되면, 진짜 당신 인생은 나락이라고.
끝장이라고.
진짜 큰일 난거라고.

혼자여도 괜찮다. 미안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차단이 필요한 시대다.
쇼펜하우어 말처럼,
관계는 최소한으로 남겨야 오히려 삶이 고요하고 행복해진다.
차단해라.
세상에 당신 혼자만 덩그러니 넘겨놓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도 된다.
어떻게 시작해나가면 될 지는,
내가 찬찬히 여기에 계속 써나갈 생각이니 걱정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