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역대 가장 히트했던 만화는 ‘드래곤볼’이다.
나도 얼마나 여러번 회독했는지, 한 때는 몇권에 무슨 장면이 나오는지를 얼쭈 때려맞출 정도였다.
드래곤볼의 주인공 ‘손오공’은 자신의 아들 ‘손오반’과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수련을 한다.
거기 안에서 보내는 1년이 바깥 현실세계에서는 하루밖에 되지 않는 그런 신비한 공간이다.
여기서 손오공은 손오반과 극단적인 위기상황에서만 나오는 신체상태인 ‘초사이어인’ 상태를 유지하며 생활하는 훈련을 한다.
몸이 가장 전투에 적합하게 최적화된 컨디션을 찾아 그 컨디션이 평상시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삶을 완벽하게 조각하기 위해서, 우리도 그런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유지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최고의 나를 조각하고,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조각하고, 생존과 자유를 찾고 의미를 찾는 일에 가장 최적화된 상태를 하루종일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이와 관련된 고민과 논의는, 칙센트미하이 교수의 저서와 황농문 교수의 저서들을 살펴보면 많은 영감들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저서에서 인간이 높은 몰입상태를 유지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그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최적화된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잠이다.
사실 이건, 그 무엇보다도 더 근원적이고 중요하다.
잠을 왜 잘까.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동물이 잠들어있는 것만큼 자신의 생존이 쉽게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태도 없다.
잠들어있으면 옆에서 누가 불을 질러도, 치명적인 공격을 해도, 어떻게 손쓸 방법이 없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가장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인데,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인간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자는 일에 할애하는 것일까.
(물론 내 친구들 중에는 3분의 1이 아니라 4분의1도 채 할애하지 않는 멋진 놈들도 있다.)
구태의연할 지경이다.
잠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얼마나 엄청난 효과가 있는지를 말하는 건, 너무나 유명하고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라 이젠 진부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을 정도다.
그 정도로 잠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현존하는 그 무엇보다 탁월하게 회복시켜준다.
아마 당장 다른 맹수에게 물려죽을 위험이 있음에도 여지껏 많은 동물들이 잠을 자는 이유는, 그 위험을 상쇄하고서도 더욱 큰 이점을 동물에게 안겨주기 때문일 것이다.
잠이 얼마나 뇌신경세포를 잘 정화해주고, 세포를 회복시켜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지 같은 진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잠을 잘 자서 가장 우리가 우리자신의 삶을 조각하는 데 최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잠을 자면, 몸과 마음 모두 회복한다.
헬스에 미쳐사는 헬창들은 안다.
운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자는 시간 동안 내 근육이 성장한다는 것을.
그래서 보디빌딩 선수들은 반드시 충분한 수면을 규칙적으로 취한다.
마음도 매한가지다.
뛰어난 창조력과 직관이 중요한 초거대기업의 주인들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항상 많이 잔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는 8시간 수면을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둔다고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빌게이츠, 일론머스크, 오바마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그리고 우리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잠에 할애한다.
매분 매초가 금전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그 바쁜 사람들이 말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자는 동안 나의 마음이 충분히 회복되어 그 선명한 마음상태를 기반으로 가장 탁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걸.
심지어 제프 베조스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오후 5시가 넘어가면, 다음날로 결정을 미룬다고 한다.
왜 그러는것일까.
잠이 마음을 회복시킨 후, 충분히 회복한 심신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잠이 우리를 회복시켜주었던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삶에서 덜 중요한 것을 배치해야 한다.
중요한 일은 반드시 잠에서 깬 시점에서 가급적 가까운 시간에 해야 한다.
잠이 그 정도로 우리가 삶을 조각하는 데 최적인 상태로 우리를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매일 규칙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몸과 마음에 생기는 상처와 결함들을 회복시켜주고,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가장 탁월하게 우리자신을 조각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준다.
손오공이 바랐던 그 최적의 상태처럼 말이다.
그리고 너무나 중요하고 엄청난 진실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해야겠다.
제프 베조스가 오후 5시 이후에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는 건, 우리가 필사적으로 익혀야 하는 부분이다.
중요한 결정 뿐만 아니라, 하루를 조각하는 전체적인 경기운영 측면에서 말이다.
즉, 우리가 생계를 위해 팔아넘긴 시간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온전한 자유시간이 있다면, 잠에서 깬 직후에는 반드시 자유시간이 먼저 배치되어야 한다!
잠에서 깬 직후부터 우리가 돈을 받는 대가로 계약을 통해 판매해버린 자유롭지 않은 시간 사이에 틈을 벌릴 수 있는대로 벌려야 한다.
사람들이 잠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묻곤 하는 게 있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자야 좋은거죠? 성장호르몬이 10시부터 나오나요, 11시부터 나오나요?
영원한 숙제처럼 갑론을박이 항상 가득한 주제다.
여기서 딱 정리하자.
잠은 무조건 기상시간이 출근시간과 멀어질 수 있도록, ‘가능한만큼 최대한’ 일찍 자는 게 정답이다.
우리가 언젠가 24시간을 모두 다시 되찾아서, 온전히 주어진 모든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참으로 기쁜 일이고, 그 기쁜 상황에서야 언제 자든 무관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타인에게 저당잡혀있는 구속과 제약의 시간(자유롭지 못한 시간)이 깨어있는 시간 어디엔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잠이라는 경이로운 과정이 우리를 가장 영민하고 깨어있는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준 시간에, 우리는 자유롭게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을 해야 할까, 남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있다.
잠은, 무조건 가능한 한 일찍 자는거다.
잠이 내려준 컨디션을, 가급적 모두 자유롭게 내 삶을 위해 쏟아부을 수 있도록.
내 삶을 조각하는 일에 녹일 수 있도록.
단순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우리가 가장 먼저 쟁취하고 가야할 부분이다.
잠은, 충분히 푹 규칙적으로 잔다.
그리고, 아침시간은 가급적 많이 확보해서 전부 자유롭게 날 위해 쓰는 시간으로 만든다.
이 두가지면, 우리의 첫 출발은 순조롭게 흘러가기 시작할 것이다.
오늘 하루도 완벽하게 조각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