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운전재능과 주위의 탄식
나는 차를 평생 사지 않지 않을까 생각했다.
30대가 되고 한참이 지나서도,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내가 운전하는 것보다, 남이 운전해주는 버스나 지하철을 좋아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버티고 버티던 나는, 결국 신체적 안전을 위해 차를 샀다.
(결국 코로나에 걸렸지만.. ㅋㅋ)
부산에 있는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차를 샀는데, 운전면허를 장롱에 넣어둔 지 10년이 넘었던 나는 처음 집에 차를 끌고 가는 것부터 동생에게 운전을 부탁해야했다.
집에 차는 가져다놨는데, 차에 손이 가질 않았다.
도로연수를 받았다.
사흘 간 도로연수를 받은 후, 동네에 차를 끌고 나갔던 나는 다시 근 두달을 차를 몰지 않았다.
운전을 하면서 금세 온몸을 가득 채우는 긴장감과 피로감이 나에게 운전을 할 수 있겠냐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았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 차를 한번씩 몰기도 했지만, 나는 무척이나 둔하고 익히는 속도가 더뎠다.
난생 처음으로 부진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온화하게 끈기를 가지고 응원하던 가족들도 나중에는 나에게 답답함을 호소하고 급기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몇 번의 사고 위험에 가까운 나의 삽질?!을 보고난 후 엄마, 아빠, 동생 할 것 없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냥… 운전 평생 못하겠다 니는. 쯥 “
후… 그 정도였다.
엄마는 사실 도로연수도 없이 수십년만에 그냥 도로 나가서도 운전 잘 하던데, 나는 누굴 닮은건지 그러지 못했다.
(참고로, 아빠는 근 40년 무사고 운전경력을 채워가고 있었다… 난 왜…)
나중엔 결국 가족들도 두손 두발 다들었다.
나의 이 모지리 같은 운전 행태에, 가족들은 결국 손을 놨다.
그렇게 온갖 핍박과 구박, 비난을 직격탄으로 맞으며 나는 한껏 풀이 죽은 채 정말 한동안 차를 몰지 않았다.
차를 괜히 샀나 싶었다.
운전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차를 다시 팔아야 하는 운명인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정말 간헐적으로 한달에 한 번 정도는 차를 몰곤 했고, 잠시 차가 하나도 없는 너른 도로를 타고 와서 집에 들어오면 힘들어서 드러누워 뻗어버리곤 했다.
주위의 탄식이 무색하게
그런데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
언제부턴가 사이드브레이크 체크하고 전조등 체크하고 백미러 체크하고 안전벨트하고 변속기 바꾸고 핸들 꺾고 도로 신호 보고 사람보고 뭐 정신이 없던 것들이 차츰 안정감있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어느 시점부터, 영원히 늘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운전실력이 갑자기 확 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은 편안히 운전을 잘 하고 있고, 다들 한번씩은 가벼운 접촉사고라도 난다는데 나는 겁이 많았고 더딘 탓에 무사고로 몇년째 잘 운전중이다.
주위의 탄식에 귀기울이지 마라
운전을 익히면서 나는 두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주위의 탄식이 엄청나게 못하고 있는 내 마음을 생각 이상으로 압박해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탄식에 지레 겁먹고 고개숙일 필요 없다.
사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신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거의 무얼 시작하든 가족들은 응원하는 편이었고 무엇이든 곧잘 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안 되는건가’ 싶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는 수준으로 무언가를 남들보다 확 뒤쳐지게 못한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주위의 탄식이 그렇게 가슴에 팍팍 꽂혔고, 나도 덩달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바닥을 쳤었다.
(실제로 그래서 한달에 한두번 운전하고 마느라 익히기까지 오래 걸리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번잡한 도시인 서울에서도 사고 한 번 없이 잘만 운전하고 다닌다.
역시 주위의 탄식에 덩달아 내가 나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랬다면, 나는 평생 운전을 못하는 운전부진아로 살아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꾸준히
내가 느낀 다른 하나는, 꾸준하게 실천하는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고 나니 정말 운전을 하게 되질 않는 날들만 계속 됐다.
그런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내가 만약 그리 풀죽어서 잔뜩 쫄아서 한달에 한번이나 운전대 잡아보고 이러지 않았다면, 나는 훨씬 빠르게 운전마스터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걸 시작할 때도 그런 상황이 벌어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운동이나 기술, 학문, 활동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도무지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나에게 맞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역부족인 것만 같고 그런 감정이 많이 든다.
그럴 때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한심한듯한 눈빛을 보내는 걸 자꾸 보게 되면 더욱더 주눅이 든다.
하지만 그럴 때 내 마음이 설령 주눅이 들지라도, 그저 묵묵히 꾸준하게 매일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원하는 나 자신을 조각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We are what we repeatedly do.
Excellence, then, is not an act, but a habit.”
번역하면 이렇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곧 우리자신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탁월함은 단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꾸준히 반복하는 습관이다.”
당신의 하루하루를 완벽하게 조각해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