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운전하다 보면, 보게 되는 문구다.
졸음운전은 곧 생명을 담보로 한다는 둥.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차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저 말은, 전적으로 진실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고속도로 위가 아니라 지구 그 어디에 서있을 때도 저 말은 진실이다.
수면부족이 신체에 미치는 치명적인 결과에 대해 이런저런 연구결과를 나열하려는 건 아니다.
(구글에 한 번만 쳐보면 한 일주일치는 읽을거리가 쏟아질 것이다. 검색해보라.)
일단 당장 맹수에게 쫓기지 않는 이상, 졸음을 참는 종은 인간밖에 없다.
지구 상에서 가장 번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강력하게 세뇌당하고 사육당하는 존재.
그게 바로 우리다.
건강에 나쁜 걸 차치하고서라도, 졸려 죽겠는데 허벅지를 찔러가며 졸음을 참아내는 생명체는 여지껏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커피라는 걸 만들어내서,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아침마다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 그걸 들이키는 족속은 우리 인간밖에 없다.
(심지어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는 게 아니라 지연시키는 것이지만, 우리에게 그런건 중요치 않다.)
학교 가야 해서, 출근해야 해서, 약속 시간 늦을까봐 어떻게든 기를 쓰고 눈꺼풀을 치켜올리며 졸음을 쫓아내고 잠에서 깨려는 우리가 가엾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럼 도대체 뭔소릴 하려는거냐?
졸음을 자꾸 참다간, 진짜로 죽는 수가 생긴다는 이야길 하는거다.
신체가 타격을 받긴 하지만 그렇다고 잠을 적게 자고 수십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다 죽어나가는 것도 아닌데, 고속도로 위가 아니고서야 뭔 소리냐.
졸음을 참는 건, 운전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위험하게 한다.
여기서 위험이란,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게 한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졸음을 참아가며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수능공부나 시험공부 정도가 전부다.
정말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들은, 절대 졸음을 참아가며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3당4락이라고 했다.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고.
그건 그냥 시험 합격선을 넘겨야 할 때나 하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싯다르타 형도 고행을 하다하다 얻지 못한 깨달음을, 고행을 내려놓고 우유를 마시다가 얻었다고 책에 적혀있을까.
진짜 중요한 것들은, 그렇게 참고 견뎌가며 후다닥 얻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몸은 정신보다 훨씬 진실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준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안다.
계속 자는 시간을 있는 힘껏 줄여서 아무리 훈련을 하고 경기를 치르고 스킬을 익혀봐야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많다는 걸.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걸.
정신으로 하는 일은 몸으로 하는 일처럼 눈에 당장 보이진 않지만, 정신이나 몸은 완전히 똑같다!
근육이 잘 때 성장하듯이, 학습한 것을 온전히 소화하는 작업이 수면시간에 이루어진다는 건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졸음을 참는다는 건, 그냥 삶을 버리겠다는 것과 같다.
‘삶’을 버린다는 것, 이게 죽음이지 뭐가 죽음일까.
졸리면, 자라.
그래야 깨어있는 시간을 우리 자신이 가진 잠재력과 직관,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며 채울 수 있다.
잠은, 깨어있는 시간의 질(의식상태의 수준)을 관장한다.
깨어있는 시간에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하고 싶은 우리 모두에게, 잠은 진짜 ‘살게’ 해주는 아찔하게 중요한 일이다.
이걸 참아보겠다고 고함지르는 건, 영 답이 없는 일이다.
졸릴 때 참지 않는 일에, 조금 더 적극적이길 권하고 싶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졸리다면, 어떻게든 쪽잠이라도 잤으면 한다.
회사에서는 화장실에 가서 옆칸 똥냄새를 맡으면서 눈을 5분이라도 붙이든, 점심시간에 자리에 엎드려서 잠시라도 자든.
못 자면 힘들잖아, 건강에도 안 좋잖아, 이런 맥락에서 권하는 게 아니다.
졸음을 가까스로 참아내고 나중으로 지연시켜놓으면, 결국 잠을 보충할 때까지 깨어있는 시간 전체의 밀도와 색감이 확 떨어진다.
나는 언제나 시간적 영토를 회복해서 돈을 대가로 자유를 구속받기로 한 시간을 다시 되찾는 일을 강조한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자유로운 시간을 되찾기 위해 정신적 자유 또한 끝없이 강조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 돈버느라 사장이 시킨대로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나 옆사람 눈치보느라 전전긍긍 불안한 시간은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이 아니니 24시간을 궁극적으로는 다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인생에서 앞서 말한 신체적 자유와 심리적 자유를 통해 온전히 자유로운 시간을 다 확보하고도, 그 시간이 제대로 아작이 나버릴 수 있는 강력한 함정이 있다.
그게 바로, 졸린 채 시간 보내는거다 ㅋㅋ
졸리면 자야한다.
우리가 계속 함께 한다면, 우리는 우리 뜻대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점점 더 강렬하게 통감하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지금 이 글은 당신에게 와닿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당신에게 얼마나 이 글이 공감이 될지 알수는 없지만, 명심해라.
졸리면 자라, 인생 진짜 종치고 싶지 않으면.
오늘 하루도 완벽하게 조각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