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통해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법

말끔하게 생긴 훤칠한 그 남자 간호사는 그렇게 무참히 부모가 살해당하는 일을 겪어야 했다.
그것도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병동에서.
그의 부모는 자식이 일하는 병동에 갑작스런 사고로 입원한 지 이틀만에 사망했다.
그 사망이 살해라는 건, 아들인 남자 간호사, 그리고 그와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나있는 앙숙관계인 그의 동료 간호사 A가 전부였다.
심지어 그 남자간호사는 자신의 부모가 병원의 실수에 의해 의식불명이 된 후 결국 사망하기까지 방치된 그 장면을 옆에서 직접 보지 못했다.
그의 동료간호사 A가 몰래 그의 등뒤에서 깊숙이 찔러버린 주사를 맞은 후로 몇시간을 창고에서 잠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남자는 하늘을 날았다.
그는 자신의 의지대로 얼마든지 높게 날 수 있었다.
원하는만큼 빠르게 날 수도 있었다.
사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가끔 하늘을 날 수 있는 날들이 있긴 했지만, 언제나 방향조절도 높이나 속도도 항상 마음처럼 잘 조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두렵기만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에 얼른 그만 날고 싶다는 생각에 안전하게 죽지 않고 착지할 곳만 찾곤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그는 달랐다.
얼마든지 편안하고 원하는대로 완벽하게 생각처럼 자신의 몸을 세상 어디로든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약간의 조마조마함과 큰 설렘과 짜릿함으로 세상 곳곳을 누비며 밤새 하늘을 날았다.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그는 어딘가에 조용히 내려앉았고, 편안히 새벽도시의 광경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나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원하는대로 조절이 가능한 날아다니기 꿈을 꾸었다.. ㅋㅋ

잠에서 깨면, 우리는 아주 잠시동안이지만 꿈이 기억난다.
꿈의 해석이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프로이트는, 꿈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꿈의 정서를 강조했다.
특히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내 마음에 남아있는 그 정서가 중요하다.
평온하게 꿈을 꾸지 않고 고요한 마음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떠한 정서가 이미 일어나있는 상태로 잠에서 깨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잘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허겁지겁 지각할까봐 눈을 뜨자마자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입장인 경우가 많으니까.

프로이트가 꿈의 정서를 강조한 건, 타당한 이야기다.
우리의 뇌는 잠들어 있는 동안 고등사고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비활성화된다.
꿈이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내용들로 흘러가는 이유가 있었던거다.

뇌과학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꿈을 내용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방식의 맹점은 또 있다.
상담심리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한 방학세미나 중에 “꿈을 해석하는 심리상담”으로 유명한 분의 꿈 해석 관련 세미나가 있었다.
잠에 대해 아직도 완벽하게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구미가 당기던 나는 이 강의를 신청해서 들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이틀 강의를 내돈내산으로 들으러 갔다가 첫날 반나절만에 같이 듣던 동기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강의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강사가 꿈에서 나오는 물건, 장소, 상황을 다 내용적으로 무얼 상징하는지 설명해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분석심리학으로 유명한 칼 융의 이론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그래서인지 누구에게나 물건들의 의미가 유사할거라 보는듯했다.
(융은 기본적으로 집단무의식을 주장하고 전설, 신화, 전승에 대한 입장이 강한 편이다.
가령, 한 문화권에서 빨간 사과의 의미는 무의식적으로는 유사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지가 않다.
많은 경우, 사람들이 각자 받아들이는 상황이나 물건, 사람, 행동의 의미는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가령, 나는 비오는 날이 그렇게 쾌청하고 좋다.
청량감이 느껴지고 모든 색채가 비에 젖어 선명해지는 듯한 느낌과 공기 중에 머금은 수분이 모든 소리를 조금 더 울림있게 들리게 하는 느낌을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 직장에 입사했을 때 신입연수에서 강의를 하던 어떤 교육업체 강사는 비오는 걸 그렸더니 내가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다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뭐, 내가 모르는 내 내면 깊숙한 비밀을 그 강사가 먼저 알아챈 것일수도 있지만, 그 강사는 그저 교육을 위해 책을 서너권 읽고 단순히 거기서 본 걸 전달해버린 걸지도 모른다.

꿈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지만, 우리의 무의식과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인 건 분명해보인다.
일단 이성적 사고가 둔화되면 사람은 진짜에 가까워진다.
괜히 술을 마시면 본 모습이 드러나는 게 아니다.
잠은 외부자극을 차단하고 이성적 사고와 판단이 둔화된 채 내 마음 안에서만 머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시간이다.

내 진짜 마음을 더 잘 알아차리고 싶다면, 일어나자마자 지난밤 꿈 속에서의 감정을 잘 살펴라.
구체적으로, 이 작업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5분 정도 시간을 내서 기록하는 게 가장 좋다.
자는 동안 느꼈던 감정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져버리니까.

꿈은 깨어있을 때는 마주하지 못하는 진짜 당신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데이트장소다.
처음엔 좀 어색해도, 데이트 많이 하자.

P.S) 이 글을 ‘발견’ 카테고리로 분류할지, ‘집단관계’ 카테고리로 분류할지 고민이 좀 되었다.
꿈을 이해하는 건 평소에는 이성에 의해 가려져 있던 좀 더 심층적인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기회기 때문이다.
그 심층적인 마음에는 우리가 발견해야 할 우리의 타고난 재능이나 소질, 흥미, 잠재력도 깃들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요소에 훨씬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큰 자극으로 받아들이게 진화해왔다.
그렇다면 우리의 꿈은 사실 오늘 하루 너무 즐거웠던 일보다 오늘 하루 너무 두렵고 불안했던 일을 상연해줄 가능성이 높다.
두려움에 관한 것, 특히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두렵고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것은 ‘집단관계’ 카테고리로 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우선 ‘집단관계’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다만 꿈은 우리가 우리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일에도 매우 중요한 기회임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