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난 글에 이어 계속 이야기해보자.
(지난글을 못 읽었거나 기억이 안 난다면, 읽고 오길 추천한다.)
깻잎논쟁과 같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리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삶의 영역과 우리의 영역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그 타인들이 이성이라 할지라도 결국 상대방의 영역이다.
우리는 우리의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가령, 내 지금 느끼는 감정과 떠오르는 생각을 상대방에게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상대방이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 걸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까지가 우리의 영역’임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이 이랬으면, 하고 바라는 건 우리의 영역이다.
그 바램대로 자신의 행동을 바꿀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상대방의 영역이다.
이 냉혹한 진실을 가급적이면 왜곡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마음을 진지하게 전달한다면, 상대방이 의외로 쉽게 앞으로는 다른 오빠, 다른 여사친의 깻잎을 떼어주지 않겠노라 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상대방도 나를 아끼고 좋아한다면, 굳이 내가 싫다는 일을 감수하면서 할만한 행동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할지 저렇게 할지 결정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몫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결정하는 데 참고하고 고려할 수 있도록, 나의 마음과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계속 떼주면? ㅋㅋ
자, 여기서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해하려고 노력을 ‘진지하게’ 해봐야 한다 ㅋㅋ
이건 기본적으로 타인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길 바라는 게임이다.
무슨 이야긴지 아는가.
내가 지금 보수적인 측에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말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는 상대방의 영역에 내가 들어가려는 행위다.
원칙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행동만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거꾸로 보면, 타인이 자신이 자연스럽게 하고싶은 걸 하는 일을 막아서 상대방이 좀 갑갑하더라도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여라는 것 아닌가.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듣고도 그게 잘 안되고 어렵다고 하면, 이젠 나도 다시 내 생각과 판단을 재고해봐야 한다.
진지하게 말이다.
상대방을 이해하도록 애써봐야 한다.
여기서 지난 글의 논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차피 내 연인이 다른 이성과 가지는 모든 관계에 대해 모니터링할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내가 싫어하는 부분과 내 가치관을 전달했으니, 그가 살면서 나를 배려해주고 고려해주길 바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다.
그건 그것대로 내비두고, 우리는 이제 우리가 가급적 사랑하는 상대방의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게 진지하게 내 생각을 좀 바꿔보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과 깻잎을 떼주는 행위에 대해 서로 그 일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해석이나 관점도 나누고 이런 과정이 매우 가치있고 중요하다는 걸 언급해두고 싶다.)
아무리 재고해도 나도 그게 납득이 안 되고, 상대방도 도저히 그걸 안 하고는 안 되겠다면?
자, 이제 남은 건 하나다.
이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
(이게 그냥 무작정 때려치울지 고민하라는 단순한 표현은 아니다.
관계의 양상에 대해서, 그리고 이 관계 자체에 대해서 다시 되짚어봐야한다는 이야기다.)
이 결론이 나오면 충격을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안다.
나도 이미 가정을 이루고 아내와 함께 미래를 약속하고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오는 입장에서, 그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누구보다 크게 느낀다.
하지만, 이제 남은 건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일이다.
아니, 그렇게 가벼워도 되는가? 라고 말할수도 있지만, 원래 관계라는 게 그런거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다.
그게 연인관계든 부모자식관계든 매한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끊임없이 변한다.
여사친이라고는 없던 내 남편이 10년 뒤에는 성향이 바뀌어서 매 주말만 되면 친한 여동생과 누나들을 태우고 캠핑을 가자고 당신을 조를지도 모른다.
싫으면, 자기 혼자 다녀오겠다고 ㅋㅋ 트렁크에는 와인을 잔뜩 싣고서 말이다.
운동에 취미가 생긴 당신의 아내가 생전 안 입던 레깅스를 입고 주말마다 등산을 나가고 동호회 친한 오빠, 남동생들과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다닐지도 모를 일이다.
이 문제가 지금 당장 우리에게 벌어지지 않더라도(연애 중이 아니면 더욱이 나한테는 안 올 일 같아도), 언제든지 충분히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연인보다 보수적이던 당신이 10년 후에는 오히려 상대방의 기준에 갑갑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
뭐, 그 때 당신의 자유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금 좀 개방적이다 싶은 걸 넘어가주고 보험으로 들어놓으면…
나중에 당신도 한 번…? ㅋㅋ
농담이지만, 정말 그런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걸 마지막으로 적어둔다.
사랑하는 관계는, 결국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끊임없이 배려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의 시간들로 점점 더 견고하게 완성되어간다.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진솔하게 서로에게 전달하고 알아가는 과정만이, (너무 교과서 같아서 마음에는 안 들지만) 오래 서로 사랑하며 삶을 채워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리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걸(마음표현, 요구사항 전달) 하고, 상대가 안 되겠다고 하면 내가 다시 마음을 바꾸려 해보고, 둘 다 서로 안 되면 관계 다시 생각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