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지 않은 시간
깨어있지 않은 시간이란 무엇일까.
잠들어있는 시간을 말한다.
깨어있는 시간이 ‘의식’이 활동하는 시간이라면,
깨어있지 않은 시간은 ‘무의식’이 활동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무의식’이란 무엇일까.
무의식
정신분석을 창시한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에 관한 지형학적 모형을 제시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인간의 의식은 의식, 전의식, 무의식 이렇게 세가지로 나뉘고,
이 중 무의식은
인간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 정신의 대부분은 무의식이 차지한다.
자각되지 않으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식.
그게 바로 무의식이다.
무의식이 활동하는 시간
사실 무의식은
깨어있든 깨어있지 않든
정신의 가장 깊은 기저에서 늘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못할 뿐.
그렇다면 잠든 시간을
무의식이 활동하는 시간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바로,
잠들어있을 때는 깨어있을 때에 비해
무의식이 검열이나 규제없이 마음껏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걸 이해하려면
프로이트의 삼원구조모델을 알아야 한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원초아(Es;Id), 자아(Ich;Ego), 초자아(Uber-ich;Superego)로 구성된다.
원초아는 원초적 충동과 욕구,
초자아는 사회적 가치와 이상에 따른 도덕규범,
자아는 현실과 원초아, 초자아 간의 타협과 균형을 맡는다.
평상시 ‘깨어있는 시간’일 때,
원초아의 원초적 본능과 욕구는
초자아의 도덕규범과 사회윤리에 의해 통제된다.
하지만 잠든 시간 동안에는
그런 자가검열과 자기통제 기능을 하는 초자아의 힘이 약해진다.
왜냐하면, 잠든 시간에는
이성적인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내리고 통제하는 전두엽 부위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의식적인 충동과 감정, 욕구 같은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즉, 잠든 시간은
이성적 판단과 자기통제 대신
원시적 욕구와 충동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인 것이다.
진짜 나와 만날 수 있는 기회
무의식이 의식적 필터링없이 올라오는 시간이라는 건,
정말 우리 내면에 웅크리고 있었지만 차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진정한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풀어쓰면,
사회가 용인할법한 욕구와 충동을 가진 내가 아니라,
그 어떤 사회적 압력이나 도덕적 잣대 없이 욕구를 발현하는
내안의 진짜 나자신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가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집필하고,
꿈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깨어있지 않은 시간을 다스려야 한다
깨어있지 않은 시간을 다스리는 일은,
90년 중 30년을 잠든 채 보내는 우리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만, 잠든 상태에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이에 입각한 행동을 하는 일이 가능하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큰 맥락에서 스스로를 암시하면서 깨어있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그 시간을 삶에 의미있게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