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3단계

과거에 한 번 창작의 3단계에 대해 살펴보았으니,
이제 글을 쓰는 일에 대해 살펴보자.

글을 쓰는 일 또한
모든 창작이 그렇듯이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1단계 : 집필

1단계는 다시 세 가지 소단계로 나뉜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집필 = 휘갈겨쓰기 -> 시놉시스 -> 초고&1차 퇴고

휘갈겨쓰기

무언가 내 감정의 요동침에 기반해
휘갈겨쓰고 싶은 것을 써내려가는 걸 말한다.
말 그대로
내 영혼, 마음, 생각, 감정에서 터져나오는 것들을
일필휘지로 휘갈겨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의 내면에 깃든 예술성과 잠재력, 정체성과 개성이
있는 그대로 쏟아져나와 담긴다.

시놉시스

시놉시스 작성은
글 전체의 흐름을 그려내는 과정이다.
여기서 흐름이란,
다분히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기승전결을 의미한다.

우선 곡을 쓸 때처럼,
글의 목적과 이유만 딱 방향을 정한 채,
전체적인 감정의 강도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지를
먼저 실선으로 자유롭게 그려본다.
연필을 딱 종이에 찍고서,
떼지 않고 하나의 선으로 주욱 그리고 끝낸다.

그러고 나서는, 세로줄로 구간을 나눈다.
구간을 나누는 방식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작가들이 이론을 성립해두었다.
찾아보기 구찮으면
3막 구성으로 가도 좋다.
서론, 본론, 결론, 이렇게.
기승전결, 이렇게 4막 구성으로 가도 좋겠다.
‘하몬 써클’처럼 8막 구성으로 가도 좋다.

이제는,
각 구간에 생각하고 있는 단어나 글감을 붙여본다.
단어라는 건
결국 각 구간을 하나의 시퀀스로 볼 때, 그 시퀀스의 주제다.
이에 더해, 글 전체에서 그 구간이 차지하는 단계다.
소제목으로 봐도 무방하다.
글감이란, 말 그대로 주제 전달에 쓰이는 소재다.
(브런치 글감 관련 글 링크)

이 정도면 글 전체의 개략적인 뼈대가 갖춰진 것이다.
여기까지가 시놉시스다.

초고&1차퇴고

시놉시스 작성이 끝나면,
이걸 참고하며 초고를 쓴다.
시놉에 적힌 감정선의 흐름과 구성에 맞게,
그에 해당하는 주제와 글감을 고려해서
글을 써내려가는 걸 의미한다.

그 다음 1차 퇴고를 시작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1차 퇴고는 초고를 다 쓰고 난 즉시 바로 한다는거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초고를 휘갈기며 뿜어져나오던
감정선과 영적인 결, 에너지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걸 간직한 채 글을 다듬는 것이
그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퇴고이니만큼,
어느 정도 큰 흐름 차원에서의 다듬는 일이 가능해지므로
글은 분명히 한결 정갈해질 수 있을 것이다.
1차 퇴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불필요하고 집중도를 해치는 부분들을 삭제하는 일이다.

2단계 : 퇴고

진짜 퇴고의 본체는 2차 퇴고다.
퇴고는 이제 말 그대로 내가 잉태해낸 원석,
즉 간단한 1차 퇴고가 끝난 초고를
깎고 다듬고 조각해나가는 일이다.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shit이라고 했듯이,
초고는 그 자체의 매력과 에너지가 분명 있음에도
분명 아직 예술작품으로 완성되진 못한 상태다.
이 날 것의 원석을,
진정한 예술작품으로 완성시켜나가는 일이
글쓰기에서는 바로 이 퇴고다.

퇴고는
초고를 작성한 후 일정시간이 지난 후에 하는 게 좋다.
나는 보통 하루 뒤에 하는 편이다.
만약 그날 당장 2차 퇴고를 해야한다면,
1차 퇴고와 2차 퇴고 사이에 여백을 둬야 한다.
그 사이에 낮잠을 자거나 다른 일을 하는 등.
머리를 비워낸 후 다시 테이스팅을 할 수 있도록
중간에 어떤 일정을 끼워두는 편이다.

3단계 : 공개

공개 단계에서는,
퇴고가 끝난 글을 세상에 공개한다.
나의 경우에는,
일단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퇴고를 마친 나의 글을 공개하고 있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사실상 이제 글은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물론 요즘이야 쉽게 삭제도 하고 수정도 하고,
번복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일단 공개를 하고 나면,
원칙적으로 그 글은 나의 손을 떠나게 된다.
그걸 이미 읽어버린 사람들과,
고이 자신의 폰이나 pc에 간직한 사람들과,
마음에 나의 문장이나 단어 하나를 기억한 사람들.

그들에게 나의 글은 더이상 쉽게 수정하고 삭제할
그런 류의 무언가가 아니다.
이제 그 글은 그 글자체로서 하나의 존재가 된다.

공개를 할 때는,
여러 가지 형태로 공개를 할 수 있다.
가령, 긴 글을 좀 더 간명하게 축약해서
짧은 글로 요약해서 SNS나 커뮤니티에 공개할 수 있다.

특정 일부분을 발췌해서
이 부분이 와닿을거라 짐작되는 사람들에게
그 부분만을 제시할 수도 있다.

글 이외의 시각적인 요소를 더해 공개할수도 있을 것이다.
글을 뼈대로 아예 영상이나 웹툰을 제작하는 일이,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시대가 아닌가.
꼭 거창하지 않더라도,
나의 글에 맞는 점 하나, 모형 하나, 붓질 하나도
충분히 좋은 공개방식이 될 수 있다.

용기있게 공개하되,
나의 작품이니 다른 방식으로 글을 공개해도 된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가,
글쓰기의 3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