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작곡의 3단계
모든 창작은 세 단계로 실현된다.
잉태 -> 조각 -> 공개
이에 따라,
글쓰기라는 창작활동도 크게 3단계로 이루어진다.
집필 -> 퇴고 -> 공개
작곡이라는 창작활동 역시 크게 3단계로 구성된다.
작곡 -> 편곡 -> 공개
왜 글은 다 쓰고 나서 이걸 수정하는 일이 두번째 단계인데,
작곡은 두번째 단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걸 완성해가는 활동인가.
이건 보는 시각의 차이다.
사실 글만 집필에서 끝난 게 아니라,
작곡도 첫번째 단계에서 작곡이 거의 끝난 상황이라 봐도 무방하다.
퇴고의 수정하고 고치는 정도는,
편곡에서 곡이 변화하는 정도와 비슷하다.
퇴고는 여전히 많은 걸 다듬고 손보는 과정이고,
그런 의미에서 편곡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글의 초고는 사실 내 감정과 가치의 흐름을 쓰는 것이지,
그에 맞는 여러 형태의 논거들은 퇴고에서 붙여도 된다.
곡 또한 첫번째 단계인 ‘작곡’에서 내 감정과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그에 맞는 여러 가지 악기나 효과음들은 편곡에서 붙이면 된다.
첫번째 단계의 세부단계
글쓰기의 첫번째 단계는 ‘집필’이고,
작곡의 첫번째 단계는 ‘작곡’이다.
‘집필’의 세부단계는
휘갈겨쓰기 -> 시놉시스 -> 초고작성(ft.1차퇴고)
이고,
‘작곡’의 세부단계는
즉흥선율(=휘갈) -> 시놉시스 -> 작사,작곡
이다.
(작곡이라는 단어가 여러번 반복되나,
이건 알잘딱해서 층위를 이해하도록 하자.)
글쓰기의 시놉시스는
감정선 -> 구간나누기 -> 구간별 화두 설정(목차)
작곡의 시놉시스는
감정선 -> 구간나누기 -> 구간별 테마 설정(송폼)
글쓰기의 초고작성은
앞서 구간별 화두를 통해 글 전체의 목차를 잡은 대로
그 뼈대에 맞게 글을 작성하는 일이다.
각 파트별 글을 쓰고 여러 파트간 흐름이 자연스럽도록
글을 쓸 때 감정의 흐름을 잘 유지하면서 쓰도록 주의한다.
작곡의 ‘작사,작곡’은
역시 앞서 구간별 테마를 설정해서 잡은 송폼대로
그 뼈대에 맞게 곡과 가사를 쓰는 일이다.
BPM, 코드진행, 리듬, 멜로디 등을 전반적으로 다듬어가며
곡의 감정선이 유지되도록 가사와 탑라인을 만든다.
두번째 단계의 세부단계
글쓰기의 첫번째 단계는 ‘퇴고’이고,
작곡의 첫번째 단계는 ‘편곡’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실상 초고는 Shit이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글을 깎고 조각해나가는 단계는 퇴고단계다.
작곡도 마찬가지다.
물론 작사, 작곡을 마쳐두었으나,
편곡을 하면서 곡이 자아내는 최종적인 느낌을 완결짓는다.
실제로 곡을 다듬어 원석 속의 완결된 예술작품을 조각해내는 건
편곡단계에서 이루어진다.
글쓰기의 퇴고는
내가 쓴 초고의 전체 흐름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문장을 다듬고
불필요한 부분을 빼고 좋은 논거를 추가하는 작업 등을 한다.
작곡의 편곡은
작곡한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빼거나
더 좋은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포인트를 개선해나간다.
그리고 각 파트별 감정에 맞는 악기들을 음역대별로
차곡차곡 하나씩 쌓아나간다.
세번째 단계
글쓰기나 작곡이나 세번째 단계는 ‘공개’다.
좋은 시기에, 좋은 대상에게, 좋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의 작품을 공개하는 것.
여기까지가 글쓰기와 작곡의 3단계를 비교분석해본 것이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에는 분명 오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