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환영인사

나는 당신의 미래를 맞출 수 있다.
점술가냐고?
아니다.
하지만 짧게는 3개월, 길게는 해를 두어 번 넘겨가며
누군가의 심리상담을 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
누군가의 짧은 과거 한 자락을 함께 꺼내 살펴보는 일조차,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
섬세한 공감과 신뢰, 용기가 필요한지.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미래를 맞출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미 일어나버린 과거도 아니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당신의 미래를 말이다.

그럼 당신은 이쯤에서 슬슬 궁금해할 법도 하다.
이 새끼는 뭔데 이런 말을 할까.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예언

어찌저찌 학교를 마치고 돈을 벌고 여행도 다니던 당신은,
아마 언젠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게 되는 날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 어떤 처지인지 알게 되기 시작할 것이다.
쇠고랑만 없을 뿐,
교도소 수감자처럼 목줄이 채워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공포와 싸우고 병마와 맞서며 눈물을 흘리는 동안,
직장에서 애써 웃고 고개 숙인 채 업무 보고를 해가며
아무렇지 않은 듯 일하고 있는 자신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생각지 않고 살아왔던 것들에 대해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당신이 자유롭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줄 힘도 없으며,
삶이라는 게 유한하다는 걸 느끼며
산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공허함을 느낄 것이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 가지 더.

그리고 한 가지 더 당신(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해 말해보자면,
어지간해선 절대 그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아무리 극심한 고통으로 찾아와
그 고통과 좌절이 우리의 눈앞을 새카맣게 만들어도,
어지간해서는 결코 그 미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그저 우리는 고통 앞에서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라고 늘 배워왔으니까.
우리는 그게 익숙하다.

이 책은,
그때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만약 답답함이 분노가 되고 변화에 대한 의지가 되어
도저히 이대로 계속 살아가는 건 못 참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면,
뭐라도 해서 어떻게든 이 잔혹하리만치 갑갑한 인생을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이라면,

환영한다.

우리는 아무래도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